12 - 8, Les mondes de É et M, non confirmés
"여기 봐. 약속을 알려줄게. 이렇게 나란히 보이면 같이 누르는 거야."
"건반 두 개를 같이 누르면 음이 두 개야?"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 다 우기기 나름이긴 해."
세계를 넘었다는 이야기를 가슴으로 이해하지는 않았다. 호기심이 일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거짓이겠지만, 정말 그렇느냐고 놀라 목소리를 높이거나 깊게 캐물을 마음도 들지 않았다. 다른 세계의 존재라거나, 의식세계라거나, 새로운 이름을 가진 생명으로의 환생이라거나, 그런 일에 대해서는 얕은 감상만 어렴풋하게 지나갔을 뿐이었다. 남의 일이라는 게 그렇다. 그게 아무리 친구의 일이라도, 가시épine를 이름 삼아 부를 정도인 상대의 말이라고 해도. 겪지 않았으니까.
그와의 관계에서 제 일에 빗대어 알 수 있는 것만을 알았다. 그런 이해는 판 위의 평행선이다. 나란히 대고 죽 그으면 새로운 위치에서 맞닿는다. 사실은 절대 한 줄이 될 수는 없고, 단지 같은 자리에서 박동이나 시선을, 혹은 존재를 나란히 두고 잠시 멈추는 일일 뿐일지라도, 함께 울리면 한 음이라고 쳐주지 못할 것도 없다.
"……너무 분해."
살카이안은 그를 안다고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에서 할 수 없는 말을 모조리 뺐더니 볼품없고 초라하고 닿지 못해 서글픈 말만 남았다.
"……나도."
세계를 넘으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곳에는 있을까? 갈색 줄무늬에 털이 짧은 고양이가 얼마나 책장 헤집기를 좋아하는지 불만해 올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달을 잡고 내던진 호른이 얼마나 죽을 만큼 서툴렀는지 이십 년쯤 놀려 올 사람이. 화내 줄 사람도 있을까,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지, 하고 울면서 말해 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그곳의 누구도 이제 막내와 합주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하겠지…. 그렇게 생각하자면 돌아갈 곳이라고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그래서 살카이안은 딱히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는 바라지 않았다. 본래 그런 삶이었다. 세계는 여전히 흐르고 있다.
실은 세계를 넘거나 되감지 않는다 한들, 까마득한 거리를 두고 살 수밖에 없다 한들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원래 오롯이 같은 걸 알 수는 없다. 언뜻 같이 보낸 듯한 시간도 겹칠 수는 없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 더 독립적인 인생을 살 수밖에 없을 뿐이다.
"…잠깐만 품을 빌려줘요."
그는 말없이 손을 뻗어 그를 당겨 안았다. 이해할 수 없어서, 네가 아는 것을 내가 알 수 없어서, 내가 본 것을 네가 보지 못해서,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긁어내 손상시키지 않고서도 이어질 수 있는 게 아니겠냐고.
그는 앞으로도 그가 겪은 것을 살 수 없다.
그러니 손을 잡으면 항상 따듯한 것은 언제든 그랬고 언제든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