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프레이즈
그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 젠장, 착오가 있었던 거라고 이천 번쯤 말했잖아! ”
이름
살카이안 클라셰트
Salcaian Claschette
12세 / 152cm / 남성 / 로존딘 대공국 출신
외관
차분하게 붉은 머리카락과 굵은 눈썹 아래로 나른한 아마색 눈. 튀는 구석 없이 적당히 마른 몸 위로 빠짐없이 차려입은 교복은 사이즈가 정확하게 맞아 눈에 띄지 않을 뿐 이곳저곳 구김이 가득하다. 받은 지 언제라고 벌써 낡아가는 것 같은 옷차림 한가운데에서, 등에 멘 바이올린 케이스가 혼자 애지중지 다루어진 것처럼 반질반질하다.
성격
대범한/ 독립적인/ 까칠한/ 반항하는/ 추진하는
“그런 일이 좀 있었지. 넌 네 일만 신경쓰면 돼.”
적지 않은 로존딘 사람들이 그렇듯 살카이안도 생각이 많고 자주적이다. 하지만 느긋하거나 부드럽냐고 하면 글쎄. 그보다는 까칠하고 강렬하다 하는 쪽이 낫겠다. 그는 한 번 마음먹은 것이라면 일말의 주저나 망설임도 없이 착수한다. 그럼에도 성실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건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 나름의 주관을 이미 확립한데다 타협의 범위가 좁기 때문이다. 남의 의견이나 설득이 얼마나 그럴싸하고 말이 되는지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꼬마의 일상은 논리 같은 것에 근거하지 않으므로.
현실감 있는/ 재빠른/ 뜻밖에도 이성적인…
“꼭 제정신이어야 할 때는 따로 있으니까.”
그런 만큼 살카이안이 상식적으로 변하는 건 상황이 가장 상식적이지 못할 때다. 평소에는 헛소리나 주워섬기며 나서서 까다롭게 굴면서도, 그는 남이 당황스러운 일을 당하고 있을 때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다. 그러니 살카이안은 상식이나 논리를 모르는 것이 아닐 테다. 알면서도 제 뜻대로 무시하는 것뿐이지.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 그렇게 살지는 않는다. 이 열두 살은 아주 피곤한 일을 앞두고 소파에 드러누워 팔으로 눈을 가린 것처럼 굴다가, 누군가가 고생하고 있다 싶으면 시트에서 튕겨져 올라와 팔부터 걷어붙인다.
기타사항
살카이안 리에종 블랑드렌 클라셰트
Salcaian Liaison Blandren Claschette
클라셰트
클라셰트 대공가에는 자식이 셋이다. 살카이안은 두 명의 손윗형제들과는 터울이 큰 편인데, 늦둥이 대접을 받으며 오냐오냐 키워졌냐면 꼭 그런 건 아니었던 모양인지 가족들과 사이가 썩 좋지만은 못하다. 아장거릴 때부터 형제들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 경쟁적으로 덤벼들던 꼬마가 그저 귀엽게만 받아들여지던 시기는 살카이안이 말을 시작할 시기쯤에 끝났다. 형제들의 어머니는 선대의 대공들이 대체로 그랬듯 한가족일수록 객관적인 눈을 가지려는 사람이었고 그 사실은 대공가 안에서 가장 명백했으니까. 가까운 대에서부터 짚는다면 단지 역대의 대공들이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까닭이겠지만, 혁명 후의 첫 대공위 교체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이유는 뻔했다. 아무리 상징성뿐인 대공이라 해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되다 만 쭉정이를 어중간한 이유로 올려 두었다가 잘못된다면 두 번째 혁명이라고 없을 건 또 뭐였겠는가.
살카이안
그리고 살카이안은 정말로 도전자가 맞았다. 뭐가 그리 욕심을 부추겼는지 막내는 둘째에게도 견줄 만큼 경쟁적이었고 첫째가 눈을 줄 만큼 탁월했다. 네 살배기 꼬마는 관심을 두는 것이 무엇이든 제 형제들의 처음보다 뛰어났다. 그러다 다섯 살이 되자 거침없이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차기 대공이 되겠다고. 그 후로 오 년 동안 살카이안은 아이에게 허락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멋지게 해냈다. 로존딘을 책임지는 재목이라면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예술에는 능통해야 한다는 가내의 불문율도 물론 발목을 잡지 않았다. 열 살 생일, 대공가가 후원한 극장의 준공 기념 무대에서 사고가 생기기 전까지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 그날 오백 명의 관객이 살카이안의 비명을 들었고 한 달쯤 지나자 소문이 파다했다. 제국에서 찾는다던 새로운 마법사인가 하는 이야기 말이지, 대공가의 꼬마, 그 어린 도련님도 그거라더라, 벌써 사람도 살렸다더라…
정작 마법을 부렸다던 살카이안이 이후 대공가 바깥으로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으므로 소문은 얼마간 떠들썩하다가 술자리 안주 노릇을 못 하게 될 즈음 사라졌다. 그러나 그 소문을 스치듯 접했던 사람이라면 이제 어렵지 않게 짐작할 것이다. 대공가의 셋째가 두문불출하던 이유가 무엇이든 태도와 관련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걸. "몇 번을 말하냐?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잖아!"
블랑드렌
"아무튼 여기 있을 사람은 아니겠지. 혼자 교향곡을 연주하든 사제들 등짝도 후리는 달필가가 되든 마법사는 아니야. 오해라니까." 살카이안이 극구 부인하는 모습을 잘 살펴본다면 눈치챌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의 시선은 제법 온갖 것들으로 향한다. 공통점을 찾자면 하나같이 감성이나 기호보다는 실용에 치우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로 드는 것은 로존딘 국민다운 것들 뿐이지만.
좋아하는 것은 아몬드 초콜릿. 매운 음식에는 약하지만 의외로 가리지는 않는다고.
싫어하는 것은 몇몇 끈질기고 융통성 없는 규칙들, 혹은 그런 식으로 구는 사람. 얼마 전까지였다면 ‘황실이 보낸 보호자’ 정도로 축약했어도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너무 제멋대로인 사람, 수습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사람. 아무튼 살카이안은 통제불능의 상황이라면 넌더리를 내지만 거의 빠짐없이 뛰어든다.
리에종
제 미들네임과 같은 이름을 붙인 붉은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닌다. 딱 평소의 말하는 모양새처럼 빠르고 강렬한 음과 찌르는 듯 튕겨내는 스피카토가 특기. 한때는 긴 스트로크를 그었을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이제 어떻게 보더라도 우아한 스타일은 아니다. 불만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가지고 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짧게 끊기며 몰아치는 소리는 그 이름은 물론 매끄러운 몸체와도 참 어울리지 않지만 울리는 순간 자연스럽다.
"너도 화가 났냐? 귀여운 리에종...."
가끔 바이올린에 말을 거는 게 보인다면 아는 척 하지 않는 것이 피곤해지지 않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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