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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참 순진한 사람이다. 살카이안은 언제나 가웨인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쭉 생각하다 보면 느끼는 데에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졸업을 목전에 둔 2월까지도 그럴 수가 없었다. 제 일 하나는 똑바로 다룰 수 있어야 맞을 텐데도, 왜 남에 대한 어떤 인식들은 제 것임에도 마음 따라 바뀌어 주지 않는지 야속하기가 그지없는 일이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슬픔에 어떻게 침묵하나요? 그래, 참 올곧은 사람이다. 살카이안은 안다. 가웨인에게는 제 말이 들어먹히지 않을 것이다. 설득도 갈등도 강요도 다 쓸모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되레 물을 수 있었다. 그냥 멸망을 막지 않고 내버려두면 안 되나? 너는 절대로 그러지 않겠지.

ㅤ"인간이 인간의 재앙을 막을 수 있도록. 인간의 삶을 인간이 결정할 수 있도록. 결절은 정복되어야 하고 세계는 마땅한 구원을 받아야 합니다."

ㅤ그러나 살카이안이 생각하기에, 인간은 원래 재앙을 막을 수 없다. 그는 가웨인을 막고 설득하며 반목할 논리를 얼마든지 댈 수 있었다. 그래서 너는 성공해서 여기 있느냐고, 그 세계는 멸망을 면할 수 있었느냐고, 당신은 마땅한 결말을 쟁취하고 이제는 또다른 세계를 구하기 위해 납신 구원자님이시냐고 말하면 되었다. 이미 일어난 일은 과정이 지워지고 결과만 남기가 십상이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놈팽이일수록 말만큼은 얼마든지 얹을 수 있었다.

ㅤ살카이안은 가웨인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았다. 그는 분명 저보다는 훨씬 일관된 사람일 테니까. 몸과 마음과 생각이 전부 따로 놀아서 언제나 통제 아래에 놓여 있어야만 하는 저 같은 사람이 그와 함께 있으면 나란히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게 빤했다. 잡지 못한 손과 감겨 주지 못한 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게 뜻하는 바는 이렇다. 가웨인 아발론 나이트루스는 오래도록 살아남은 자다. 남을 구하며 제 몸을 보전하기까지 한 이들이 어떤 눈을 할 수 있는지 살카이안은 가웨인을 보며 처음 알았다. 처음인데도 어쩐지 낯이 익었다.

ㅤ"단지, 그뿐인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희망을 버리지 말아 줘요."

ㅤ너는 분명히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겠구나.

ㅤ혹은 운의 문제였다 해도 살카이안은 자신이 그렇지 못하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그러니 알면서도 물은 것은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미리 가슴에 새겨 두기 위함이었다. 나는 너를 설득할 수 없어. 네게 손이 닿는 거리에 있어서는 안 되겠어. 그러나 잔잔한 미소만 띄운 채 예상했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 친근하게 소름끼치는 푸른 눈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일었다. 살카이안은 제 심장이 가슴 한가운데에서 뛰고 양팔과 머리가 따라 두근거리는 걸 예민하게 느꼈다. 왜일까, 살아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질문이어서일까.

ㅤ"가웨인."

ㅤ결국 갑작스러운 질문이 나직하게 튀어나갔다.

ㅤ"너 대신 죽은 사람은 없었어?"

ㅤ아니, 역시 묻고 싶지 않았는데. 눈은 바로 뜨고 있음에도 눈꺼풀이 무거웠다. 마주하는 그의 눈이 너무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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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띄어쓰기 등을 임의로 조금 만졌는데 저는 부족한 인간인지라
순전히 제게 익숙한 방향으로 만졌습니다(...) 맞게 만진 건지는 모릅니다(저기...
혹시 오류가 있거나 불편하시다면 죄송해요 웃...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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